호반 '최대주주 역전' 신호에 조원태 회장 '370억 맞불'...관건은 향후 산은 지분
호반, 10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한진칼 "최대주주 변경 확정된 바 없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최대주주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을 끌어올렸다는 소식에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3일 한진칼은 장중 상한가까지 올랐고 우선주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약 370억원 규모의 주식 추가 매수 계약을 공시하자 시장은 지분 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등 우호 주주가 버티고 있어 경영권이 곧바로 흔들릴 국면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오는 12월 17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출범하는 날이다.
◆ 공정위 신고가 던진 신호
서울 서초구 호반그룹 본사 전경. [사진=호반그룹]
호반은 10월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로 사들인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거래법상 상장사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면 신고 의무가 생긴다. 호반이 신고에 나섰다는 것은 자사 지분이 조 회장 측을 넘어섰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호반이 공정위에 제출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진칼도 2일 해명공시에서 최대주주 변경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공시 기한은 12월 1일이다. 확인 가능한 마지막 공시는 7월 10일 기준으로, 호반 측 합산 지분은 20.15%로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20.57%)과 0.42%p 차이였다.
호반 측 내역은 호반건설 11.50%, 호반호텔앤리조트 8.34%, 호반산업 0.17%, 호반 0.15%다. 3월 말 18.87%에서 3개월여 만에 약 1.3%p 늘었다. 보유 목적은 여전히 경영 참여 의사가 없는 '단순투자'다. 공정위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원칙적으로 30일이 걸리며, 필요하면 최대 9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 조 회장 370억 매입, 숫자로 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조 회장은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 사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취득하며, 여건이 맞지 않으면 장외거래로 진행할 수 있다. 한진그룹은 이전부터 준비한 사안으로 호반의 움직임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조 회장 개인 지분은 5.75%에서 6.23%로 0.48%p 높아지고,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은 20.57%에서 21.05%가 된다. 다만 매도자가 공개되지 않아 우호 진영 전체의 순증 여부는 불확실하다. 기존 우호 주주가 판 물량이라면 조 회장 개인 지분만 늘 뿐 진영 전체 의결권은 그대로다.
주가가 계약가를 크게 웃돈 점도 눈에 띈다. 이날 상한가인 17만5200원은 계약가보다 약 54% 높다. 단순 계산하면 상한가 기준 평가차익이 200억원 안팎이다. 반대로 호반이 추가 매집에 나선다면 뛴 주가가 부담이 된다.
조 회장 측 20.57%에 델타항공 14.90%, 산업은행 10.58%를 더하면 46.05%다. 이번 매입이 우호 진영 밖에서 이뤄진다면 46.53%까지 높아진다. 9월에는 일본항공(JAL)이 대한항공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한진칼 지분도 취득했다. 취득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숫자를 곧 '확정된 의결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델타는 사업 제휴에 따른 전략적 주주이고, 산은은 정책금융기관이다. 보유 목적과 의결권 행사 기준이 같지 않다.
◆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변수
산은은 2020년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려고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3000억원어치 교환사채(EB)도 인수했다. 당시 신주 취득가는 주당 7만원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가는 이를 두 배 넘게 웃돌아 회수 유인은 커진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12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산은이 지분 정리에 나선다면 인수 주체에 따라 판세가 갈린다. 우호 투자자가 받으면 현 체제가 굳어지고, 호반이 가져가면 7월 공시 기준으로만 합산해도 30%를 넘는다. 반면 통합 후 안정화 작업을 점검해야 하는 만큼 산은이 당장 매각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5.46%)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안건은 93.77%의 찬성으로 가결됐고, 조 회장은 3년 임기를 새로 시작했다. 따라서 내년 3월 정기주총은 조 회장 신임 여부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호반이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고 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 이사회 의석을 다투는 자리가 될 수 있다.
3월 주총에서 정관상 이사 수 상한이 11명에서 9명으로 줄어든 점도 변수다. 이사회 규모가 작아진 만큼 한 자리가 갖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다만 호반이 실제로 이런 행보에 나설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최대주주와 경영권은 다르다
2019~2020년 경영권 분쟁 때는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연합전선을 꾸려 조 회장에 맞섰다. 이번에는 호반이 단독으로 지분을 쌓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호반이 1대 주주가 되더라도 46%대 우호 연합을 넘어서려면 산은 지분이나 기관투자자 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 지분 구조만 보면 조 회장의 방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방어에도 비용이 든다. 지분 경쟁이 길어지면 통합 대한항공 출범 시점에 경영 안정성을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향후 확인할 대목은 호반의 정확한 지분율 공개, 12월 1일 한진칼 재공시, 공정위 심사 결과, 통합 이후 산은의 지분 처리 방식, 호반의 보유 목적 변경 여부다. 호반의 도전이 투자수익 확보에 그칠지 지배구조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이 변수들에서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