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닭한마리 칼국수’ 흥행에 해외 매출도 상승… 글로벌 1.1조원 향한 발걸음
매운맛 대신 한국 전통 음식 앞세운 신제품… K-푸드 관심 속 차별화 전략 주목
오뚜기(대표이사 황성만)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역 상권에서 신제품 흥행을 거두며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선보인 ‘동대문식 닭한마리 칼국수’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8월 봉지라면 매출 1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3% 증가한 220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오뚜기로서는 신제품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해외 실적에서도 성장 흐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 사업 확대라는 숙원사업에 진전이 나타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해외 매출 비중은 10%대 초반이다. 80%대인 삼양식품과 30%대인 농심에 비해 현저히 낮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확인한 제품 경쟁력을 실제 해외 판매 확대와 연결하고, 현재 추진 중인 생산시설 투자까지 실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동대문식 닭한마리 칼국수’, 서울역점 봉지라면 판매 1위… 8월 매출 40%↑
'동대문식 닭한마리 칼국수'. [사진=오뚜기]
오뚜기가 지난 7월 13일 출시한 ‘동대문식 닭한마리 칼국수’가 출시 18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 8월 매출은 전월대비 40% 증가했고, 특히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8월 봉지라면 전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점포가 외국인 관광객의 대표적인 쇼핑 장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제품은 서울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의 대표 음식을 가정에서 맛볼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닭육수에 칼칼한 맛을 더한 하얀 국물과 칼국수를 닮은 면발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빨간 국물 라면과 달리 한국의 지역 음식 자체를 제품명과 맛에 반영해 단순히 매운맛의 강도를 높이는 대신 지역 음식의 개성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국내 라면 시장은 매운맛을 강조한 제품이 강세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관심은 다양한 지역의 음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뚜기 제품의 서울역점 판매 실적도 한국 음식에 대한 경험을 간편식 구매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해당 점포의 내국인과 외국인 구매 비율은 공개되지 않아 판매 1위를 곧바로 외국인 소비자의 선호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외 수요로 이어지려면 현지 유통망 확보와 재구매가 뒷받침돼야 한다.
◆ 상반기 해외 매출 2205억원, 12.3%↑… 3년째 높아진 해외 사업 비중
오뚜기 해외 매출액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액은 1조89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 증가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2205억원으로 12.3% 늘었다. 해외 사업 성장 속도가 전체 매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해외 매출 비중도 전년동기 10.8%에서 올해 11.6%로 0.8%포인트 올랐다.
연간 실적에서도 해외 비중 확대 흐름이 나타난다. 2021년 10%, 2022년 10.3%였던 해외 비중은 2023년 9.6%로 잠시 뒷걸음질 쳤으나 2024년 10.2%로 다시 늘고 지난해 11.1% 확대됐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4097억원으로 2021년(2736억원) 대비 49.7% 증가했다.
오뚜기는 그동안 ‘진라면’ 등 국내 인기 제품을 보유하고도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라면을 비롯해 소스와 간편식까지 해외 판로를 넓히고 있다. 현재 7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미국과 중국 등 기존 시장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등으로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숙원 사업이었던 해외 매출 확대가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특히 상반기 해외 성장률은 국내 중심의 사업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삼양식품 80.1%·농심 30.2%와 격차… 2000억원 투자로 수출 기반 확대
식품사 별 해외 매출액 비중. [자료=더밸류뉴스]
다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액 비중이 80.1%에 달했고 농심도 30.2%를 차지했다. 오뚜기와 각각 69%포인트, 19.1%포인트 차이 난다.
오뚜기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 생산·물류 거점을 확충하고 있다. 라면 생산 관계사 오뚜기라면은 지난 7월 경상북도·구미시와 투자양해각서를 맺고 2029년까지 약 2000억원을 들여 경북 구미에 수출용 라면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일본 도쿄에 판매법인을 설립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생산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공장은 2028년 가동될 예정이다. 6월에는 울산에 글로벌 로지스틱스 센터를 준공해 수출 물량 처리 역량을 높였다.
황성만 대표는 지난해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2030년 글로벌 매출 1조1000억원 달성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 매출 4097억원 기준 목표까지 6903억원을 더 늘려야 한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 12.3%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신규 생산거점 가동과 현지 시장 공략에 따른 매출 증가가 중요하다. 시설 투자를 실제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