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2홀. 입구를 지나자 제조·물류 로봇부터 AI 반도체, 금융 서비스까지 산업 현장을 겨냥한 부스가 줄지어 관람객을 맞았다. 한편에 마련된 세미나장에서는 AI 반도체 기업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현장] “엔비디아 전력 절반에 보안까지”… ‘산업AI 엑스포’ 달군 가성비·사내 AI2026 산업AI 엑스포의 전경. [사진=더밸류뉴스]

올해로 2회째인 ‘2026 산업AI 엑스포(EXPO)’는 한국산업지능화협회 주최로 지난 21일 개막해 23일까지 열린다. '체화 AI: 피지컬 AI를 넘어'를 주제로 국내외 2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 경공매 물건 고르고 AI 도입 로드맵 짜고…현장 맞춤형 AI 서비스


전시장에서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부동산 AI 핀테크 기업 KFI한국금융투자 부스였다. KFI는 법원 경매·공매 물건을 AI로 분석해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AIFF)를 선보였다.


[현장] “엔비디아 전력 절반에 보안까지”… ‘산업AI 엑스포’ 달군 가성비·사내 AI한국금융투자의 부스. AI를 활용한 투자분석이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이용자가 실수요자인지, 투자자인지, 금융기관인지에 따라 목적에 맞는 물건을 골라주고 입찰가별 예상 수익률까지 보여주는 방식이다. 유치권이나 명도 지연 같은 법적 리스크도 예상 기간과 비용으로 환산해 수익률에 반영한다는 설명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은 ‘Expertise Meets AI’를 내걸고 올해 처음 엑스포에 참가했다. 회계·세무 분야에서 쌓은 도메인 지식과 AI를 결합해 기업의 AI 전환(AX)을 돕겠다는 것이다.


부스 관계자는 AI 에이전트를 곧바로 들이기보다 컨설팅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현업 담당자를 인터뷰해 비효율 지점을 찾고, 과제별 투자수익률(ROI)을 따져 우선순위를 정한 뒤 향후 3년 로드맵을 짜는 순서다. 에이전트 도입은 그다음 단계다.


부스에서는 회계·세무 전문 챗봇과 해외 재고·사내 ERP(전사적자원관리) 데이터를 대조하는 재고 관리 에이전트, 담당자가 손으로 짜던 생산 일정을 데이터로 만들어 초안을 잡아주는 생산 스케줄링 에이전트도 소개됐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에이전트 하나를 도입하는 데도 비용이 꽤 많이 든다"며 "무조건 된다고 말하기보다 그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현실적인 로드맵을 먼저 만들어 드리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 세미나도 부스도 화두는 '전력 효율'


[현장] “엔비디아 전력 절반에 보안까지”… ‘산업AI 엑스포’ 달군 가성비·사내 AINPU는 AI가 답을 만들어내는 '추론' 연산에 특화한 반도체로, GPU보다 적은 전력으로 AI 서비스를 돌릴 수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같은 날 오전 세미나장의 화두는 전력 효율이었다. 퓨리오사AI, 텐스토렌트, 하이퍼엑셀 등 AI 반도체 기업이 잇달아 연단에 올라 AI 추론을 얼마나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앞세웠다. 엔비디아 GPU 대비 4분의 1에서 절반 수준의 전력으로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업계 전반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다.


퓨리오사AI는 동시 사용자 1000명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을 가정해 필요한 인프라 규모를 계산해 보였다. 자사 NPU '레니게이드(RNGD)' 서버는 약 14.8kW,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서버는 약 30kW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결과다.


서버 대수는 5대로 같지만, 랙(서버 거치대) 하나에 쓸 수 있는 전력이 15kW로 제한되면 차이가 벌어진다. 레니게이드는 서버 5대가 랙 하나에 모두 들어가지만, RTX 프로 6000은 랙 하나에 2대밖에 넣지 못해 랙 3개가 필요하다. 발표자는 회사 안에 직접 AI 인프라를 구축할 때는 서버 대수뿐 아니라 공간과 설비까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엔비디아 전력 절반에 보안까지”… ‘산업AI 엑스포’ 달군 가성비·사내 AINPU 8개를 연결한 NPU 연산장치의 견본. [이미지=더밸류뉴스] 

하이퍼엑셀은 고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저전력 메모리를 쓴 추론 전용 칩(LPU)을 소개했다. 값비싼 부품을 덜어내고 추론에 필요한 성능에 집중해 비용과 전력을 함께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전시장의 이슬림코리아 부스에서도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텐스토렌트 국내 총판인 이슬림코리아는 고가의 HBM 대신 일반 그래픽 메모리(GDDR6)와 독자 설계를 적용해 추론 성능을 끌어올린 AI 가속기로 전력비와 가격에서 GPU 대비 우위를 노린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텐스토렌트 '블랙홀' 기반 서버의 운용비를 엔비디아 최신 시스템의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중심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국내 시장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선두 추격 대신 '가성비'와 '보안'


이 같은 흐름은 앞서 열린 다른 행사에서도 확인됐다. 삼성SDS는 지난 9월 엔터프라이즈 AX 콘퍼런스 '리얼 서밋 2026'에서 일반 업무 자동화에 최상급 모델까지 쓸 필요는 없다며 오픈소스 기반 모델과 폐쇄망 환경을 앞세웠다. 같은 달 LG가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연 ‘LG 스파크 2026’에서는 LG유플러스가 AI 모델의 토큰 비용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 AI 산업은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선두 기업과 모델 성능으로 정면승부하기보다, 전력과 토큰 처리 비용에서 확실한 우위를 다지는 쪽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토큰을 처리하는 '와트당 효율'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장] “엔비디아 전력 절반에 보안까지”… ‘산업AI 엑스포’ 달군 가성비·사내 AI내부 문서를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프라이빗 AI의 보안성, 전력 효율, 그리고 토큰 '가성비'는 국내 AI 산업 전반이 강조하는 지점이다. [사진=더밸류뉴스]

지향하는 AI의 모습도 뚜렷하다. 외부 클라우드 API로 접속해 쓰는 범용 AI와 달리, 기업 내부 정보를 통째로 넣고 사내 서버에서 직접 운영해 정보 보안을 지키는 방식이다. 퓨리오사AI가 이날 세미나에서 소개한 LG유플러스의 소버린 AI 어플라이언스도 LG의 AI 모델 '엑사원'과 레니게이드를 서버 하나에 묶어 외부 클라우드 없이 사내에서 검색증강생성(RAG)을 돌리는 형태다.


입력된 정보 범위 안에서 답을 찾게 하면 AI가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도메인 지식과 AI의 결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결국 국내 업계가 그리는 그림은 가장 똑똑한 AI보다, 싸고 안전하면서 회사 안에서만큼은 정확한 AI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