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19년, 회삿돈 약 94억 원이 측근 인사의 코스닥 상장사 재인수에 우회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22일 고려아연 공시와 법인등기부 등을 분석한 결과라며 이 같은 자금 흐름을 공개하고,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최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먼저 공급한 자금을 3주 뒤 고려아연 출자 펀드가 되갚아주면서 투자 손실 위험까지 펀드가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쟁점이 된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이매진아시아다. 최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측은 가족회사 청호컴넷을 통해 이 회사를 보유하다 자금난으로 2018년 10월 매각했다. 영풍·MBK 측은 지 대표 측이 매각 1년여 만인 2019년 12월 고려아연발 자금을 활용해 이매진아시아 지배력을 되찾았다고 지목했다.


영풍·MBK 측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19년 12월 설립 1년 미만의 신설법인 영미디어이엔티가 발행한 기업어음(CP) 93억 6,000만 원어치를 인수했다. 뚜렷한 영업 실적이나 사업 기반이 확인되지 않던 영미디어이엔티는 입금 당일 이 돈을 대여금과 지분 인수대금 명목으로 디케이이앤엠에 넘겼다.


디케이이앤엠은 같은 날 라이브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인수했고, 라이브엔터테인먼트는 이튿날 이매진아시아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를 굳혔다. 고려아연에서 출발한 자금이 세 곳의 중간법인을 거쳐 이매진아시아 경영권 확보에 쓰인 구조라는 것이다.


약 3주 뒤에는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에 96억 원을 새로 출자했다. 이 펀드는 입금 당일 영미디어이엔티가 보유한 디케이이앤엠 구주와 디케이이앤엠이 발행한 신주를 사들였다. 디케이이앤엠은 이 자금 등으로 영미디어이엔티에 차입금을 갚았고, 영미디어이엔티는 곧바로 고려아연에 CP를 상환했다.


영풍·MBK 파트너스 MBK파트너스, 영풍 CI [이미지=MBK파트너스, 영풍]

영풍·MBK 측은 겉으로는 고려아연의 직접 투자금이 회수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채권이 펀드 지분으로 바뀌면서 손실 위험만 고려아연 출자 펀드로 옮겨갔다고 주장했다.


투자금 회수 전망도 불투명하다. 디케이이앤엠은 이후 포커스이엔지로 사명을 바꾸고 라이브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한 뒤 아크미디어에 흡수됐는데, 현재 아크미디어의 실적 악화와 재무 부실로 원아시아 펀드가 투입한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먼저 공급한 자금을 고려아연 출자 펀드 자금으로 상환하고, 최종 손실 위험까지 해당 펀드가 떠안은 '셀프상환' 구조"라며 "청호컴넷 우회지원 의혹과 판박이인 자금 흐름이 반복된 만큼 회사 자금의 사적 유용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최윤범 현 사내이사였다"며 "누가 이 거래를 제안하고 결정했는지, 사업성과 회수 가능성 및 이해상충 여부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거래의 실질적인 구조와 자금의 최종 용처가 이사회에 투명하게 보고됐는지 관계 당국이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출자가 여유 자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정상적인 재무적 투자였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령과 내부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집행됐으며, 단순 출자자(LP)로서 운용사(GP)의 개별 투자처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