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K증권, AI 시대 투자 전략 조명…“경제적 해자·반도체 수요 주목”
SK증권,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주관 기념 세미나 개최…AI 시대 투자 전략과 반도체 산업 변화 조명
AI 산업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와 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면서 투자 판단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이 경쟁 우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제적 해자’와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급 변화가 주요 투자 변수로 떠올랐다.
SK증권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AI가 바꾸는 투자지도 2027’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주관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AI 산업의 변화가 기업 경쟁력과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투자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이효석 HS아카데미 대표는 AI 시대의 경제적 해자를,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발전 경로에 따른 반도체 투자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 이효석 대표 “경제적 해자 확인해야”…반도체 기업은 병목 정도가 관건
이효석 대표는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살펴보는 동시에 기업이 경쟁사의 추격을 막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해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해자는 브랜드, 전환 비용, 네트워크 효과, 원가 우위, 특허와 독점적 권리 등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요소를 의미한다.
이효석 HS아카데미 대표가 지난 20일 열린 ‘AI가 바꾸는 투자지도 2027’ 세미나에서 AI 시대의 경제적 해자와 투자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이 대표는 AI 산업에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성장 산업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두 기업의 투자 판단과 관련해 경제적 해자만큼이나 반도체 공급 부족이 얼마나 심한지를 살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수요처가 웃돈을 지불할 정도로 공급 병목이 심화하는지, 반대로 병목이 완화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해석할 때 실적 수치뿐 아니라 시장이 미래를 어떻게 기대하는지도 살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현재 실적이 좋더라도 시장을 바꿀 새로운 사업이나 기술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다.
◆ 최도연 센터장 “메모리 반도체 역할 커져”…AI 발전 경로에 따른 투자 관점 변화
최도연 센터장은 AI 산업의 발전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투자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술과 서비스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반도체 수요와 기업의 투자 계획 역시 변화하고 있어 과거의 반도체 사이클만으로 향후 흐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20일 열린 ‘AI가 바꾸는 투자지도 2027’ 세미나에서 AI 발전 경로에 따른 반도체 투자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최 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짚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는 이러한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의 달라진 역할과 가치를 어느 정도의 속도로 평가에 반영할지가 향후 관전 요소로 제시됐다.
그는 "AI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를 전망할 때도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AI 기업의 사업 확장과 현금 창출 능력, 투자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기존 산업 사이클에 대한 이해만으로 미래 수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아울러 반도체 기업의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도 장기적으로 살펴볼 변수로 언급됐다. AI 시대에 필요한 기술과 생산능력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 방향과 자본 배분이 향후 경쟁력 및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질의응답서 연말·연초 증시 전망 논의…“현금 비중은 미리 정해 활용해야”
강연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최도연 센터장과 이효석 대표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투자 기준을 설명했다. 질의응답 진행을 맡은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부서장은 연말·연초 증시 흐름과 반도체주 투자 판단, 현금 비중 조절 등 참석자들의 사전 질문을 중심으로 두 연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왼쪽부터 이효석 HS아카데미 대표와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20일 열린 ‘AI가 바꾸는 투자지도 2027’ 세미나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최 센터장은 "시장의 변곡점을 판단할 때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쓸려 특정 뉴스에만 집중하기보다 상황별 기준을 세워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과 주가 흐름이 엇갈리는 배경으로는 AI 산업의 성장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향후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최 센터장은 목표주가의 절대적인 수준만 비교하기보다 목표주가가 바뀐 이유와 실적 전망의 변화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그 변화가 산업 전반에서 비롯됐는지 개별 기업에서 비롯됐는지 구분해 살펴볼 것을 권했다.
이 대표는 현금 비중을 단기 주가 예측에 따라 수시로 바꾸기보다 미리 정한 원칙에 따라 운용하는 방식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금 비중은 그렇게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주가의 단기 등락을 맞히려 하기보다 일정 비중의 현금을 유지하고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이를 활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 환경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AI 산업을 둘러싼 의심과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이런 시기에 시장의 우려가 어떤 요인에서 비롯됐는지 살펴보고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만으로 투자 대상을 판단하기보다 기업의 경쟁 우위와 반도체 수급, 시장의 기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연자들은 급변하는 AI 산업에서 투자 판단의 기준을 세우고 단기적인 시장 변동과 장기적인 산업 변화를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