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 이건홀딩스, 2분기 영업익 393% 늘었는데 PBR 0.28배…자사주는 전량 처분
이건창호, 현대건설 강남 재건축 잇따라 수주…2분기 흑자전환
범현대가 기업인 이건홀딩스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끌어올리고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00% 자회사 이건창호는 현대건설의 강남 재건축 창호 공사를 잇따라 따냈다.
하지만 회사는 실적을 알리는 홍보에는 극히 소극적이고, 주가는 장부상 순자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말에는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전량 처분했다. 오너 일가 지분이 52%에 이르는 가운데 이건홀딩스의 PBR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기준선을 크게 밑돈다.
◆ 정주영 외손녀 사위가 이끄는 범현대가 기업
박승준 이건홀딩스 대표이사. [사진=더밸류뉴스]
이건홀딩스(대표이사 박승준 이길수)는 창호·목재 등 계열사를 거느린 이건그룹의 지주회사다. 박승준 총괄부회장은 고 박영주 창업주의 장남으로, 이건홀딩스 지분 31.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총괄부회장의 부인 정윤미씨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외손녀다. 정 창업주의 장녀 정경희씨와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1남2녀 가운데 장녀다. 이건홀딩스가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이유다.
정 창업주는 1977년 보유하던 현대건설 주식의 50%를 출연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웠다. 기업으로 이룬 부를 공동체와 나눠야 한다는 정 창업주의 '선공후사'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범현대가는 2011년 정 창업주 10주기를 맞아 이 정신을 잇겠다며 5000억원 규모의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 이건창호, 현대건설 강남 재건축 잇따라 수주…2분기 흑자전환
이건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건창호는 지난해 12월 현대건설(대표이사 이한우)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사업(디에이치 클래스트)의 창호·유리 공사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약 1200억원이다. 앞서 2024년 6월에는 현대건설과 방배5구역(디에이치 방배) 창호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금액은 정산을 거쳐 최초 328억원에서 532억원으로 늘었다.
현대건설이 2020년 시공한 서울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에도 이건창호의 시스템창호가 시공됐다. PH129는 올해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에테르노 청담, 나인원 한남에 이어 3위에 오른 단지다. 이건창호 측은 올해 공시가격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PH129와 나인원 한남, 한남더힐 등 6곳에 자사 제품이 쓰였다고 밝혔다.
실적도 반등했다. 이건홀딩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266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393% 늘었다. 순이익은 70억원으로, 11억원 순손실을 냈던 지난해 2분기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지난해 연간으로는 영업손실 12억원, 순손실 113억원을 기록한 만큼 기저효과도 컸다.
◆ 실적 반등에도 침묵…PBR 0.28배
건축제품 업종 PBR 하위 9개 종목. 이건홀딩스가 0.28배로 가장 낮다. [이미지=버핏연구소]
이건홀딩스는 2분기 호실적에도 이를 알리는 홍보활동에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건그룹은 "호실적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실적 반등은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건홀딩스 주가는 15일 종가 기준 2400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542억원이다. 지난 6월 말 지배기업 소유주지분(1934억원)과 비교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배다. 건축제품 업계의 PBR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낮은 축에 머물러 있다. 회사가 장부상 보유한 순자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저평가의 부담은 소액주주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말 기준 이건홀딩스 소액주주는 6836명으로, 지분 36.03%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배당은 보통주 1주당 50원이다.
◆ 자사주는 전량 처분…’주가 누르기 방지법' 기준선 아래
이건홀딩스는 지난해 12월 30일 보유 자사주 92만5488주(발행주식의 4.10%)를 시간외대량매매로 전량 처분했다. 종가에서 10% 할인한 주당 3920원에 메리디안원자산운용과 FOX CAPITAL MANAGEMENT가 절반씩 사들였고, 처분 금액은 36억2791만원이다. 회사는 처분 목적으로 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들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약 두 달 전이다.
이건홀딩스는 박 총괄부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51.96%를 갖고 있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낮다. 2023년 박영주 창업주 별세 후 지분이 상속되면서 박 총괄부회장의 부인 정윤미씨와 1997~2013년생 친인척 4명이 새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상속 지분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이건박영주문화재단(5%)이다.
이런 지분 구조와 주가 수준은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겨냥하는 유형과 맞닿아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 하한으로 두는 내용이다.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증여세가 줄어드는 구조를 막자는 취지로, 이건홀딩스의 PBR은 이 기준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지난 8월 세제개편안에서 업종 내 PBR 하위 기업 등으로 대상을 좁힌 별도 기준을 내놨고, 여당 일각에서는 순자산가치 80% 하한을 다시 담은 개정안이 발의됐다.
물론 PBR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대주주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눌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계는 업황과 실적 등 복합적 요인을 무시한 일괄 기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실적 반등이 확인된 만큼, 정주영 창업주의 선공후사를 계승한 범현대가의 일원으로서 이건홀딩스가 소액주주에게 어떤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지가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