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려지는 어른들의 취향… 2030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이유
말랑이와 왁뿌볼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이다.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손으로 주무르고 만지며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다. SNS상에는 이 장난감들을 활용한 ASMR 영상, 쇼핑 후기, 직접 제작하는 영상 등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독특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어른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최근 등장한 풍경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슬라임 열풍이 불었고 2017년에는 피젯스피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포켓몬이나 산리오 등 유명 IP(지식재산권) 캐릭터 굿즈를 수집하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성인 소비자를 가리켜 ‘키덜트(Kidul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어른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철이 없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요즘 어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옛말이 됐다. 불과 몇 년 사이 성인들의 취향이 이토록 어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2030 세대가 처한 현실에 주목한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적 부담 증가 속에서 단순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일리 있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어느 세대나 저마다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살았을 테니까.
기자는 조금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유에 주목했다. 어쩌면 지금 2030의 취향은 그저 ‘어릴 적 취향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기자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동네 문방구에서 ‘액체괴물’이 유행했다. 지금의 슬라임을 부르던 명칭이었다. 유튜브나 SNS가 없던 시절이라 지금처럼 전국적인 팬덤을 형성하진 못했지만, 동네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손에 쥐어봤던 물건이다. 세월이 흘러 2020년대에 들어서며 슬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재유행했고 오늘날 말랑이와 왁뿌볼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셈이다.
포켓몬도 마찬가지다. 현재 2030 세대가 초등학생 시절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이다. 과거 TV로만 보던 캐릭터들이 이제는 띠부씰(스티커), 인형, 피규어 등 다양한 굿즈로 재탄생했고 성인이 된 이들은 어릴 때와 다른 방식으로 이를 소비하고 즐기고 있다.
여기에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광범위하고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 유행의 파급력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지금은 손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개인의 소소한 취향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거대한 유행으로 발전하는 구조다.
결국 지금 어른들은 단순히 철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유행하는 것들이 그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친근한 존재일 뿐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우리는 몸만 자랐을 뿐,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시절 어린아이를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승윤 더밸류뉴스 산업부 기자. [사진=더밸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