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최윤범 일가 선행투자 기업에 고려아연 펀드 690억 유입"
9월9일 주총에서 거버넌스 바로잡아야...분리선출 감사위원으로 박유경 후보 추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의 개인 투자와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의 후속 투자가 반복적으로 맞물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 회장 일가가 지분이나 전환사채(CB)를 먼저 취득한 비상장기업 3곳에 회사 자금으로 조성된 펀드가 모두 690억원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컨소시엄은 이를 경영진의 이해상충과 이사회 감독체계의 실효성을 가늠할 사안으로 규정하고, 오는 9월 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독립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25일 MBK·영풍 컨소시엄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과정에서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의 형사사건 기록에 대한 법원 인증 사본을 지난 6일 확보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기록을 분석한 결과 최 회장 일가가 먼저 투자한 아크미디어·하이햇·슬링샷스튜디오에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6차례에 걸쳐 각각 290억원, 320억원, 80억원을 후속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3개 회사 모두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비철금속 제련을 주력으로 하는 고려아연의 본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 개인 투자 뒤 회사 출자 펀드 투입…이해상충 쟁점
MBK파트너스, 영풍 CI [이미지=MBK파트너스, 영풍]
컨소시엄이 주목한 부분은 최 회장 일가의 개인 투자와 펀드 투자 사이의 선후관계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2019년과 2020년 아크미디어 CB에 각각 12억원과 17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한 코리아그로쓰펀드와 아비트리지펀드에서 이 회사에 누적 290억원이 투입됐다.
하이햇은 2023년 기준 최 회장과 일가가 지분 33.34%를 보유한 가운데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로부터 32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슬링샷스튜디오에는 최 회장과 사촌들이 CB에 총 244억원을 투자한 뒤 아비트리지펀드와 망고스틴펀드가 합계 80억원을 후속 투자했다는 게 컨소시엄 측 주장이다.
비상장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유동성이 개선되고 새로운 기업가치 산정의 기준이 형성될 수 있다. 그 결과 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이나 CB의 가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컨소시엄은 이 같은 구조가 결과적으로 최 회장 일가의 선행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후속 투자가 실제 투자이익 실현이나 자금 회수로 이어졌는지, 최 회장이 개별 투자 결정에 관여했는지는 향후 조사와 법적 절차에서 규명돼야 한다.
일부 거래에서는 자금 흐름의 경제적 실질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컨소시엄은 고려아연이 자금난을 겪던 기업의 어음이나 사채를 인수한 뒤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해당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금 일부가 고려아연에 대한 채무 상환에 사용된 정황을 형사기록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공급한 자금이 회사가 다시 출자한 펀드의 투자금을 거쳐 상환되는 구조였다면, 투자 목적과 의사결정 경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누적 출자액은 약 5600억원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한 8개 펀드 가운데 6개 펀드에서 사실상 단독 출자자(LP)였다. 운용 실적이 많지 않았던 신생 운용사에 최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직후부터 대규모 출자가 이뤄졌다는 점도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다.
◆ 회계처리 논란서 내부통제로…9월 주총 쟁점 부상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관련해 회사는 출자자일 뿐 개별 투자처를 결정하거나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 감리 결과에 대해서도 고의적 회계부정이나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아니라 투자자산 및 종속회사 인식 시점, 평가 가정과 기간 귀속 등을 둘러싼 회계적 판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컨소시엄은 동일한 개인 투자자와 피투자기업, 펀드가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만큼 운용사의 독립적 판단에 따른 통상적인 블라인드펀드 투자로만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이 당시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을 총괄한 만큼 투자 의사결정과 이해상충 관리가 적절했는지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감독 책임으로도 번지고 있다. MBK·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당시 현 감사위원들이 이사 또는 감사위원으로 재직했지만 독립 조사 요구에 실질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최 회장 일가의 선행투자와 펀드의 후속 투자 관계를 어느 수준까지 인지했는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컨소시엄은 경영진과 주요 주주 양측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위원이 필요하다며 박유경 후보를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다. 독립이사 후보로는 이준봉·심혜섭 후보를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이형규·서은숙 독립이사 후보와 백인규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를 둘러싼 공방은 투자 손익과 회계처리 문제를 넘어 경영진의 이해상충 관리와 이사회 감독의 실효성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형사기록에 나타난 자금 흐름이 최 회장 일가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졌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투자 결정 과정과 내부통제 절차를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는 9월 임시주총의 주요 표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컨소시엄 측은 “독립성을 갖춘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이사회에 진입해야 중대한 거버넌스 문제를 바로잡을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