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센터는 수요가 넘치지만 신규 공급은 막혀 있다. 수도권의 기존 시설은 빈자리가 거의 없고, 지방에서는 기가와트(GW)급 개발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착공까지는 전력 확보와 임차인 유치, 자금조달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박수연 칼럼] 韓 데이터센터, 수요는 꽉 찼는데 공급은 막혔다…착공 조건은 전력·임차인·자금국내 데이터센터는 수요가 넘치지만 신규 공급은 막혀 있다. 수도권의 기존 시설은 빈자리가 거의 없고, 지방에서는 기가와트(GW)급 개발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강원 동해시 북평 제2일반산업단지의 GS그룹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도 그중 하나다. 동해시는 지난달 1일 첫 100MW급 시설에 건축허가를 내줬으며, 전력 공급을 위한 지중선로 공사도 시작됐다. 착공은 오는 12월 초, 가동은 2028년 3분기가 목표다. GS그룹이 내건 전체 규모는 2.4GW로, 시설에 약 30조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장비까지 포함하면 최대 120조원의 투자가 거론되지만 확정된 집행액은 아니다. 지금 허가를 받은 것은 수전용량 100MW, 이 가운데 서버 등 정보기술(IT) 장비에 사용하는 전력용량 70MW 규모의 첫 시설이다. 울산과 전남 해남, 새만금, 경북 구미에서도 올해 하반기 착공과 투자 확정이 잇따랐다. 서울과 경기 남부에 집중됐던 데이터센터 개발이 비수도권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요 수요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상업용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의 공실률은 1.1%에 불과했다. 코로케이션은 기업에 서버 공간과 전력·통신 인프라를 임대하는 사업이다. 한국전력에 접수된 올해 1~8월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 88건 가운데 70건(79.5%)도 수도권에 몰렸다. 반면 전체 신청 계약전력 3113MW 중 비수도권이 2084MW(66.9%)를 차지했다. 신청 건수는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전력 수요 규모가 큰 개발계획은 지방에 몰린 것이다.


다만 공실률 1.1%는 이미 운영 중인 수도권 상업용 시설의 수치다. 수도권의 공급 부족이 지방 개발사업의 수익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K-데이터센터 산업에 중요한 것은 발표된 개발 규모보다 실제 착공과 고객 확보다. 계획된 시설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는 것이 과제다.


◆ 시설 60%·전력 70%…수도권 집중의 실체


국내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주요 고객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박수연 칼럼] 韓 데이터센터, 수요는 꽉 찼는데 공급은 막혔다…착공 조건은 전력·임차인·자금국내 데이터센터 분포 지도.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국내 데이터센터 현황', 각 사·지자체 발표]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가 지난 8월 낸 '코리아 데이터센터 마켓 2026~2029'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데이터센터는 182개이고, 이 가운데 민간 데이터센터 111개의 74.8%가 수도권에 있다. 공공을 합친 전체 기준으로도 수도권 비중은 약 60%다. 구체적인 구축 절차에 들어간 데이터센터 역시 58.9%가 수도권이다. 금융사와 플랫폼기업, 클라우드 사업자의 본사와 개발 인력이 서울과 판교에 집중돼 있고, 고객과 가까운 곳에 시설을 둘수록 통신 지연과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신규 전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중 522건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 신청 용량만 3만3592MW에 달했다.


이 가운데 초기 검토에서 공급 불가 판정을 받은 사례는 279건이었다. 1차 검토를 통과한 243건 중 실제 본심사까지 진행된 사업은 24건, 최종 승인을 받은 사례는 10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심사가 아직 진행 중인 사업도 포함되므로, 최종 승인 10건을 전체 신청사업의 실제 통과확률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지만 전력망의 수용 능력이 신규 공급을 제약하는 상황이다.


수도권 선호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 데이터센터 97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운영 중 시설의 78%와 건설·계획 중 시설의 75%가 수도권에 있다고 밝혔다. 빅테크가 전문사업자의 대규모 시설을 임차하는 하이퍼 코로케이션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는 학습과 추론이라는 용도에 따라 필요한 전력 규모와 입지 조건이 다르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수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시간 가동해야 하므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이 유리하다. 반면 학습을 마친 AI가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추론 서비스는 빠른 응답이 중요하다. 따라서 통신망이 잘 갖춰지고 이용자와 가까운 지역이 유리할 수 있다. 추론 서비스 역시 이용량과 모델 규모에 따라 많은 전력을 소비하지만, 반드시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의 입지는 전력 공급 능력과 비용, 통신망, 서비스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박수연 칼럼] 韓 데이터센터, 수요는 꽉 찼는데 공급은 막혔다…착공 조건은 전력·임차인·자금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의 수도권·비수도권 비중. [자료: 한국전력]따라서 올해 접수된 88건의 신청 건수와 계약전력 규모가 서로 다른 지역 분포를 보인 것은 데이터센터의 용도와 투자 규모, 전력 확보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 동해 2.4GW·울산 1GW 구상…비수도권으로 간 대규모 개발계획


비수도권에서 추진되는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은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동해 데이터센터는 송전망 제약으로 발전소 가동률이 낮았던 GS동해전력의 발전시설과 인접해 있다. 그러나 발전소가 가깝더라도 생산된 전력을 데이터센터에 곧바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GS는 한국전력의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전체 개발계획인 2.4GW 규모의 전력을 확보하려면 송·배전망 보강과 전력계통 접속을 위한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한 것은 1단계 1.2GW 계획이며, 건축허가를 받은 시설은 이 가운데 첫 100MW 규모다.

[박수연 칼럼] 韓 데이터센터, 수요는 꽉 찼는데 공급은 막혔다…착공 조건은 전력·임차인·자금비수도권 주요 AI 데이터센터의 확보 용량과 장기 구상 용량. [자료: 각 사·지자체·금융권 발표]울산에서는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103MW급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진행 중이며, SK텔레콤은 계열사 SK하이퍼를 통해 GW급 데이터센터를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울산 일부 시설의 건축허가를 받았으며, 글로벌 사업자 3~4곳과 계약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까지 초기 가동에 필요한 고객을 확보하고 오는 2029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장기 고객계약을 기반으로 외부 자금도 조달할 방침이지만, 전체 개발 규모에 필요한 전력과 고객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


전남 해남 솔라시도의 국가AI컴퓨팅센터는 이미 착공했으며, 삼성SDS 컨소시엄과 함께 2028년까지 AI 반도체 1만5000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서 데이터센터 구축과 GPU 서비스 운영을 각각 담당할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3월 착공해 2030년 초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약 9조원은 데이터센터 단독이 아닌 AI 밸리 전체 투자 규모다. 삼성SDS는 지난 2일 경북 구미에서 초기 60MW, 최대 120MW까지 확장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준공 목표는 오는 2028년 말이다. 반면 세종의 네이버 1GW급 사업은 정부가 발표한 장기 구상으로, 실제 착공한 사업과 구분해야 한다.


비수도권의 대형 개발계획은 지역의 전력 공급 여건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4년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전력자립도는 서울 10.4%, 경기 62.5%인 반면 강원 213%, 충남 214%, 경북 216%에 달한다. 그러나 전력 생산량이 많다고 사업성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서는 운영인력과 통신 인프라, 시설을 장기간 이용할 임차인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고객이 확정되지 않으면 금융기관에서 사업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임차인을 확보한 사업은 자금조달에 유리하다. 전북 군산 국가2산업단지에서 SGC에너지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는 KT클라우드가 1단계 60MW 시설 전체를 장기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월 30일 6576억원 규모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확정된 임차계약이 투자 위험을 낮추면서 선순위 대출금리도 연 5% 초반 수준으로 책정됐다. 1단계 총사업비는 약 8700억원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해 오는 2028년 1분기 운영을 목표로 한다. 군산은 동해 2.4GW, 울산 1GW의 장기 개발구상보다 규모는 작지만, 고객과 자금을 먼저 확보해 사업을 구체화한 사례다.


◆ 특별법·차등요금제·전력망…입지 분산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정부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제도 정비와 전기요금 개편,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박수연 칼럼] 韓 데이터센터, 수요는 꽉 찼는데 공급은 막혔다…착공 조건은 전력·임차인·자금

시도별 전력자립도와 데이터센터 거점.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 지역에너지통계연보(산업통상자원부), 각 사 발표]

첫째는 지난 6월 제정돼 내년 3월 10일 시행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다.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와 인허가 일괄처리, 특구 지정의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모든 시설이 평가를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면제 대상 전력용량과 세부 요건은 시행령에 맡겨졌으며,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인정기준과 특례 적용 범위를 검토 중이다.



둘째는 전기요금 개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8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발전시설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차등요금제와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다만 현재 권역별 요금 수준은 확정되지 않았다. 전기요금이 운영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비수도권의 요금이 낮아지면 대규모 AI 학습시설의 입지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는 전력망 확충이다. 강원과 수도권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 등이 확충되면 수도권의 전력 공급 제약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여력이 커지면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건설할 경제적 유인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전력망 확충이 반드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정책은 데이터센터의 입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만, 고객 확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올해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에서 계약전력의 약 3분의 2가 비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분명한 변화다. 그러나 신청 단계의 숫자를 실제 수도권 집중 완화의 성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의 성과는 투자협약 규모나 발표된 전력용량보다 실제 착공과 고객 확보 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력·통신 인프라를 개선하는 동시에 기업의 장기 임차계약과 투자 실행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개발사업자 역시 확정된 수요에 맞춰 시설을 단계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동해에서 허가받은 첫 100MW가 실제 고객의 서버를 가동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2.4GW라는 거대한 개발계획의 가치는 그 이후에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