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탐구]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현지화'로 매출 '3조' 견인… 주가 저평가·책임경영 과제
글로벌 제과업계 15위 안착… 중국·러시아 성장으로 올해 매출 3조7406억 전망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해외 현지화 전략으로 제과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액 3조3324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7.3%, 2.7% 증가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제과업계 매출 순위 15위에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 사업이 실적을 견인하지만 주가 평가는 엇갈린다. 중앙일보 경영권 인수전 참여로 본업과 거리가 있는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른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부담은 줄었다.
담 회장의 과제는 해외 성장의 성과를 주주가치로 연결하고 바이오 사업과 경영권 승계의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다.
◇ 담철곤 회장은…
△1955년생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졸업 △동양그룹 입사(1980) △동양제과 합류(1981) △동양제과 대표이사 사장(1989) △오리온그룹 회장(2001)
◆ 초코파이부터 꼬북칩까지…현지 생산·유통망 확대로 외형 성장
중국에서 판매되는 오리온 초코파이 포장지에 '인(仁)'이 적혀 있다. [사진=오리온]
담 회장이 일군 성장의 핵심은 국내 제품의 단순 수출이 아닌 현지화다. 중국에서 초코파이의 '정(情)'을 '인(仁)'으로 바꾸고 포장지를 붉은색으로 바꿨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정서를 담은 '띤'을 내세웠다. 1997년 중국 베이징 공장을 시작으로 베트남·러시아 등에 생산거점을 구축했고 2021년 인도 라자스탄 공장까지 확보했다. 초코파이 외에도 꼬북칩과 닥터유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그 결과 오리온은 미국 제과 전문지 '캔디 인더스트리'가 발표한 '2026 글로벌 100대 제과 기업'에서 매출 23억달러로 1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인도 법인은 매출액 275억원으로 전년대비 30.3% 성장했다. 중국 시장에선 간식점·전자상거래 전용 제품을 늘리고 러시아에선 파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오리온 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9304억원, 165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6%, 26% 늘었다. 2분기도 각각 8936억원, 1326억원으로 15%, 9.2% 증가했다. 유안타증권은 3분기 연결 매출액 9157억원, 영업이익 1487억원을 예상했다. 연간 매출액은 3조7406억원, 영업이익은 6229억원으로 전망했다.
◆ 중앙일보 인수 시도에 주가 할인 논란… '본업 밖 투자' 경계 여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 [사진=중앙그룹]
실적 성장에도 주가는 정체됐다. 대한경제에 따르면 2021~2025년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49.7% 증가했지만 주가 상승률은 2.1%에 그쳤다. 지난 9월 중앙일보 인수전 참여 소식이 불신을 키웠다. 인수 비용이 부채 등을 포함해 61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에 투자자들은 식품기업의 언론사 인수 시너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2024년 5485억원을 들인 리가켐바이오 인수에 이은 대규모 비제과 투자라는 점도 부담이었다.
담 회장에게 미디어 사업은 낯설지 않다. 오리온그룹은 과거 투니버스와 OCN 등을 운영한 온미디어, 영화 배급사 쇼박스, 극장 사업 메가박스를 거느렸다. 그러나 메가박스는 2007년, 온미디어는 2009년 매각했고 현재는 쇼박스가 남아 있다. 과거 경험과 별개로 중앙일보 인수의 재무적 타당성과 주주가치 기여를 충분히 설명했는지는 논란으로 남았다.
지난달 19일 다우키움·CJ 컨소시엄이 중앙일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오리온의 인수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달 3일 오리온 종가는 11만6400원이다. LS증권은 4일 목표주가 18만원을 유지하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약 9배를 저평가 구간으로 봤다. 다만 주가 상승은 중국의 수익성 회복과 경영 신뢰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 바이오·승계 성과 입증해야…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책임도 확대
담 회장은 제과업을 넘어 '글로벌 종합식품·헬스케어 기업'을 구상하고 있다. 오리온은 2024년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5485억원에 인수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에 진출했다. 리가켐바이오가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간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이 안정적 이익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식품사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원재료비와 판촉비를 관리하는 것도 과제다.
오리온 담서원 전략경영본부장. [사진=오리온]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남 담서원은 지난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해 전략경영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 입사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바이오 계열사 사내이사도 맡은 만큼 신사업 실적은 경영 능력을 평가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이라는 점에서는 의사결정 책임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진다. 올해 오리온그룹이 자산 5조원을 넘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며 내부거래 공시와 준법·ESG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시장의 요구도 높아질 전망이다.
주주환원 강화는 긍정적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결산 주당배당금을 2500원에서 3500원으로 높였고 올해 첫 중간배당도 실시했다. 다만 행동주의펀드 FCP는 자본배분과 오너 일가 보수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오는 13일까지 답변을 촉구했다.
현지화로 확보한 성장 동력을 바이오의 사업화, 투명한 경영, 주주환원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담 회장의 다음 평가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