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1. 위기의 한샘, 성폭력부터 비자금까지
[더밸류뉴스= 신현숙 기자] 한때 국내 가구기업 1위였던 한샘이 사내 ‘성폭력’ 사건, 대리점법 위반, 갑질 등에 이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 고객을 여성으로 하는 인테리어∙가전 판매 기업에 직격탄인 ‘성폭력’ 이미지와 함께 최근에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아울러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최양하 전 대표와 강승수 현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들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이 의혹이 사실로 판결 날 경우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한샘은 2017년 사상 첫 매출 2조원 돌파 후 ‘성폭력’ 사건으로 실적이 반토막 났다. 직원들의 구조조정, 평균 임금 하락 등과 같은 뼈를 깎는 노력 속에서도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매년 33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직원들의 고통 감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몇 년간의 부진 이후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소폭 반등했으나 이번 비자금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더밸류뉴스가 최근 몇 년간 한샘의 행보에 대해 되짚어봤다.
조창걸(왼쪽부터) 한샘 명예회장, 최양하 전 대표이사 회장, 강승수 현 대표이사 회장, 서울 상암동 한샘 사옥. [사진=더밸류뉴스]
◆가구 1위 기업에서 ‘성폭력’ 회사로 낙인…피해자에 사건 은폐∙조작 종용
2017년 한샘은 국내 가구업체 최초로 연간 매출 2조원을 달성하며 가구 업계의 새 역사를 썼다. 당시 한샘의 실적은 매출액 2조625억원, 영업이익 1405억원, 당기순이익 959억원의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 했으나 그해 11월 한샘의 한 여성 신입사원이 남성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 이후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피해자인 A씨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2월 한샘에 입사 후 신입사원 교육과정에서 동료인 B씨로부터 화장실에서 몰래 촬영을 당했다. 이 일을 경찰에 신고했고 교육담당자였던 C씨(박 모씨, 당시 29세)가 사건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줬다고 A씨는 밝혔다. 그러나 2017년 1월, 입사 3일차에 A씨는 C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더 큰 문제는 한샘의 인사팀장인 D씨(유 모씨, 당시 40세)가 A씨에게 사건에 대한 허위 진술을 종용하고 C씨를 감싸는 발언을 하며 성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C씨의 성폭행 사건을 막기 위해 D팀장이 경찰이 수사하면 복잡해지니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으나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등의 가이드 가인을 잡아줬다고 A씨는 밝혔다.
[이미지=더밸류뉴스(한샘 제공)]
당시 A씨는 25살로, 대학 졸업 전 한샘에 취직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C씨와 D팀장은 회사 선배이자 직급 상 상급자이기 때문에 회사 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사회 초년생은 약자일 수 밖에 없다.
당시 A씨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D팀장은 “계속 경찰에서 수사하면 일이 복잡해지니 (둘 다) 내보내면 그만”이라며 “아직 수습기간이니 수습 해지를 시키면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사건 은폐, 조작을 종용했다.
아울러 D씨는 C씨와의 사건을 얘기하기 위해 업무상 출장을 이유로 A씨를 부산으로 불렀고 이 과정에서 성적인 발언과 함께 부적절한 성적 접촉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오히려 A씨가 풍기문란과 감봉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들은 A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일을 폭로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이후 B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지난해 12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석방된 상태다.
D팀장의 경우 A씨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판결에 D팀장 측과 검찰 모두 불복해 항소심을 받게 됐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올해 10월 D팀장을 간음 목적 유인 혐의에 대해 재수사한 결과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달 11일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 D팀장 측 변호인은 "D팀장은 공소사실과 같은 사실이 없으므로 부인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내년 2월 3일을 다음 공판 기일로 지정하고, A씨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성폭력’ 사건 아물기도 전에 비자금 의혹 터져
2017년 ‘신입사원 성폭력’ 사건 이후 한샘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직격탄을 받는다. 가구∙인테리어 기업의 특성상 여성 고객들이 주 소비자들인데, 이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회사가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에 고객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에 당시 사상 첫 매출 2조 시대를 엶과 동시에 실적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A씨의 폭로 이후 사건은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홈쇼핑, 오픈마켓 등에서 한샘 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소비자들도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 영향으로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9285억원, 560억원 9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비 60% 이상 줄었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6984억원, 558억원, 427억원으로 전년비 11.93%, 0.36%, 52.56% 급락했다.
한샘 최근 실적. [이미지=더밸류뉴스]
그러나 올 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분위기는 반전된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자 가구 판매가 호황을 맞은 것이다.
한샘 또한 이 여파로 실적이 점차 반등하기 시작했다. 한샘의 올해 3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5037억원, 237억원, 194억원으로 전년비 22.7%, 233.8%, 351.16% 증가했다. 매 분기마다 실적이 상향세를 탄 것이다.
이처럼 다시 반등하나 했던 한샘은 올해 10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킨다. 한샘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4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회사가 2018년부터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되는 광고대행사 4곳을 이용해 44억원 규모의 협찬∙광고비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비자금으로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4곳 업체가 법적으로 등록된 주소지는 호텔, 가정집 등 관련 없는 곳이었고 법인 등기에는 한샘의 임원과 팀장 등 전∙현직 직원들이 등재돼 있어 의혹을 더했다. 회사 임원을 유령 기업 대표에 앉히고 돈을 보낸 뒤 이 돈을 뒤로 빼돌리는 수법을 쓴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MBC에 따르면 이 보도가 나간 날(10월 29일)의 최근까지도 한샘이 한 방송사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광고대행사를 통해 5억원 넘는 돈을 협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담당자는 가구 지원은 받았으나 협찬금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실체 없는 페이퍼 컴퍼니에 일감을 몰아줬을 뿐만 아니라 횡령 등과 함께 협찬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광고대행사들과 계약을 맺은 서류에는 한샘 회장의 서명까지 있어 최고 경영진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2018년 당시 한샘은 최양하 회장과 강승수 부회장 체제였으나 지난해 10월 말 최양하 회장이 퇴임하고 강승수 부회장이 승진해 현재 회장 자리를 맡아오고 있다.
이 사건과 함께 한샘은 자사에 불리한 기사를 막기 위해 그간 언론인을 관리해왔고 이런 과정에서 자세 제품을 최대 2000만원까지 할인해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다만 한샘은 입장문을 내고 "회사 차원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인 차원의 비리 등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자체 조사 중이며 외부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결과에 따라 즉각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이 이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2017년 사내 ‘성폭력’ 사건이 아물기도 전에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받음과 동시에 조창걸 명예회장, 최양하 전 회장, 강승수 현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들도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밸류뉴스는 한샘 측에 공문을 보내 해당 사항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으며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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