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와 금융투자업계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거래를 분산하고 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장 마감에 집중되는 기계적 매매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변동성 논란 …금투협·증권업계, 종가(終價) 리밸런싱 분산 추진지난 14일 금융투자협회 23층 중회의실에서 황성엽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종합금융투자 증권사 10곳의 대표가 모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상황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금투협]

금투협이 지난 14일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상황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키움·하나·한국투자·KB·NH투자증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의 대표가 참석했다. 


◆ 금투협, 기본예탁금 상향·거래시기 분산 검토


금투협과 증권업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투자자의 투자전략과 위험 선호를 충족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상품 다양성을 넓히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변동성 논란 …금투협·증권업계, 종가(終價) 리밸런싱 분산 추진황성엽 금융투자협회 회장. [사진=금투협]

해외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 수요를 해외로 이전시키기보다 국내 제도권 안에서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춘 상태로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상품 출시 이후 예상보다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투자자 보호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가격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단기간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횡보장에서도 음의 복리효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는 투자자의 연령과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한 맞춤형 위험 경고와 안내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상품의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뒤 거래할 수 있도록 투자자 교육도 보완한다.


투자자의 감당 범위를 넘어서는 레버리지 투자를 막기 위한 기본예탁금 상향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상향 수준과 적용 대상은 향후 논의를 통해 마련될 전망이다. 


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리밸런싱과 헤지 거래의 시기를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매일 장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기초자산 익스포저를 조정해야 하는데, 관련 거래가 종가 부근에 집중되면 기초자산 가격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과 증권업계는 유동성공급자(LP)의 시장 안정 기능을 강화하고, ETF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밸런싱과 헤지 거래를 분산해 기초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로 했다. 


◆ 전체 거래대금 아닌 '리밸런싱' 규모가 중요


금투협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을 판단할 때 상품의 전체 거래대금보다 실제 일일 리밸런싱에 필요한 거래 규모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TF 거래대금은 투자자 사이에서 상품이 사고팔린 금액이다. 모든 거래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초자산의 현물·선물 매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운용사가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실시하는 리밸런싱과 헤지 거래라는 것이다.


금투협은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을 인용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일일 리밸런싱에 필요한 주식 거래 규모가 7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도 리밸런싱 주문이 종가에 집중되는 구조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은 인정했다. 하루 전체 거래 규모와 비교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더라도 장 마감이나 동시호가처럼 제한된 시간에 매매가 몰리면 가격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업계의 역할도 요구된다”며 “각 사의 투자자 보호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일부 제도 보완을 통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메리츠증권, “평균 규모보다 종가 집중 유의”


증권업계의 시장 분석도 금투협의 판단과 비슷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평상시 리밸런싱 규모만 보면 증시 전체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매매가 장 마감에 집중될 경우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실제 순자산과 기초자산 등락률을 바탕으로 일일 리밸런싱 규모를 추산한 결과, 기초자산 거래대금 대비 평균 비중은 삼성전자 4.1%, SK하이닉스 5.5%였다.


시가총액 대비 리밸런싱 규모는 삼성전자 0.9%, SK하이닉스 2.7% 수준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은 해당 비중만으로 보면 증시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급변의 시기, 레버리지 ETF 점검> 보고서에서 리밸런싱이 장 마감 1시간에서 30분 전에 집중될 경우 기계적 거래 과정에서 수급 이탈과 이상 거래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상승하면 목표 익스포저를 늘리기 위해 추가 매수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해 매도한다. 메리츠증권은 이처럼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일일 리밸런싱 구조가 ‘숏 감마’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평상시에는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변동성이 커지면 같은 방향의 기계적 거래가 반복되며 주가 등락 폭을 추가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ETF 시장에서는 오후 3시20분부터 3시30분까지 동시호가 시간에 LP의 호가 제시 의무가 면제된다. 유동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리밸런싱 주문이 집중되면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가 확대되거나 기초자산의 종가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가격 관리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출시 이후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평균 괴리율은 0.84%, SK하이닉스 상품은 0.90%로 집계됐다. 


괴리율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ETF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를 비교적 충실하게 추종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를 맞추기 위해 이뤄지는 리밸런싱과 헤지 거래가 기초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금투협과 증권업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동향과 투자 행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정부의 추가 조치가 마련될 경우 협조하기로 했다. 향후 논의는 상품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투자자의 진입 요건을 강화하고 종가에 몰리는 리밸런싱 거래를 분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