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9000을 돌파했던 코스피(KOSPI)가 5000대에서 방향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지난 6월 22일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10월 23일 5550.30으로 내려앉았다. 넉 달 만에 39.1%가 무너졌다. 이달 2일 7003.74였던 지수도 불과 3주 만에 20.8% 급락했다.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호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아침에 경쟁력을 잃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증시는 무너졌다.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이 단지 기업실적만이 아니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낙관과 세계적인 유동성,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분출했던 결과다.


문제는 정부가 시장을 움직이는 자기 능력을 과신한 데서 출발한다. 부동산을 억제하고 주식시장을 키우겠다는 현 정부의 기본 구상이 시장의 거센 변동성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소성민 칼럼] 코스피 9000에서 5500으로…‘선무당 굿판’ 같은 증시정부가 부동산 규제와 증시 부양에 적극 개입했지만, 미숙한 정책 운용으로 증시 불안정성을 키우고 투자자와 국민의 노후자금까지 위험에 노출시켰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부동산 막으면 증시로 돈이 간다는 착각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기업과 자본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지배구조 개선, 국내주식 투자 유인 확대, 생산적 금융을 추진했다.


취지는 납득이 간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자금을 기업의 성장과 혁신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험한 전제가 숨어 있었다. 부동산으로 가지 못한 돈이 국내 증시로 흘러들 것이라는 기대다.


문제는 돈이 반드시 정부가 원하던 목적지로 이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지면 예금이나 채권으로 갈 수도 있고, 해외주식으로 향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정부가 아무리 길을 열어줘도 돈은 다른 곳을 찾는다.


이번 급락은 그 한계를 드러냈다. 코스피가 7000, 9000을 넘어섰다고 국내 증시에 안정적인 장기자금이 정착한 건 아니었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바뀌자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고 주가는 급락했다.


물론 부동산 규제가 증시로의 자금 이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의 통계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증시 폭락만으로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동산을 억제하면 증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정책 구상만으로는 시장을 지탱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돈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수익률과 위험을 따라 움직인다.


◆ 시장 설계자들의 아마추어리즘


이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금융규제 혁신을 추진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도됐다. 제도의 구체적인 설계와 시행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맡았다.


정부는 지난 4월 국내 우량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다. 5월 27일 상품이 출시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에 거래가 몰렸다.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출시 당시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했다. 기본예탁금도 대용증권을 포함한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강화했다.


당국은 과열경쟁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은 출시 이후 새롭게 발견된 것이 아니다. 기초주식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투자자의 손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제도 도입 이전에도 충분히 알려져 있었다.


그런 상품을 허용해 놓고 막상 거래가 급증하자 서둘러 문턱을 높였다. 시장을 열 때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내세우고, 과열되자 투자자 보호를 앞세운 것이다.


단일종목 ETF가 코스피 9000 돌파나 이후 폭락의 주원인이었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시장의 과열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하고 제도를 설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위험한 상품을 허용할 때는 대담했고, 위험이 커지자 대응은 허둥지둥했다. 정책 설계의 아마추어리즘에 많은 국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부나방처럼 투기판에 뛰어들었다.


◆ 국민연금 182조원 평가액 감소, 책임은 어디에


더욱 신중해야 할 정책은 국민연금이다. 지난 5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도 확대했다. 주가 상승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높아져도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부담을 완화한 조치였다.


이후 국내 증시는 급락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6월 말 515조9293억원에서 10월 15일 333조5330억원으로 감소했다. 석 달 반 만에 182조3963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이는 전체 기금의 확정손실이 아니다. 특정 상장사 보유주식의 평가액 감소이며,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수익률과도 구분해야 한다. 이 감소분을 국내주식 목표비중 상향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정책 판단의 적절성을 묻지 않을 이유는 없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인 공식적인 이유는 장기 수익성과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그 판단이 어떤 수익률 전망과 위험 분석에 근거했는지, 급락 가능성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키고 불리는 것이 본래 임무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구상과 연금의 투자 판단이 어디까지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 위험관리는 적절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은 정부의 증시정책을 시험하는 실험실이 아니다.


◆ ‘선무당 굿판’ 같은 정책, 자칫 국민 잡을 판


정부가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불공정거래 근절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문제는 시장을 이해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과 시장의 방향을 정부가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을 혼동하는 데 있다. 부동산을 규제하면 주식으로 돈이 몰리고,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하면 시장이 활기를 띠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높이면 증시의 기반이 튼튼해질 것이라는 식의 사고가 그렇다.


주식시장은 그렇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수익률과 금리, 환율, 기업실적, 투자심리가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시장이다. 정부가 몇 개의 정책 레버를 움직인다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의 부동산·증시 정책을 돌아보면 마치 ‘선무당 굿판’처럼 어수선하다. 정책의 명분은 화려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와 위험을 다루는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코스피 폭락을 모두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세계적인 AI 투자 불안과 금리 상승, 외국인 매도 등 외부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상승을 정책 성과로 평가했다면, 하락장에서 드러난 정책의 취약성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증시 부양책이 아니라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자세다. 부동산 규제가 실제로 어떤 자금 이동을 가져왔는지,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어떤 위험을 간과했는지,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결정은 충분한 위험 분석을 거쳤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잘못된 판단이 확인된다면 정책을 수정하고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시장을 이끌겠다는 조급함부터 버려야 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선택을 대신하는 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거래질서와 위험관리 체계를 만드는 기관이다. 국민연금에는 독립적인 운용 원칙을 보장하고, 국내 증시에는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코스피 9000이라는 숫자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과 흔들린 시장의 신뢰다. 정부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같은 시행착오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선무당 굿판 같은 정책을 멈추게 하는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인정하고, 그 책임부터 지는 일이다.